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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은 이렇게 입었어요





엄마와 여행을 오면 사진이 조금 이상해집니다
수평이 살짝 기울고,
산보다 내 다리가 더 크게 나오고,
거기 서봐 해서 섰는데 정작 얼굴은 잘려 있어요.
한바탕 웃고 나면 뭐 나름 이 사진들도
자연스럽고 좋아 보입니다.
이번에 엄마와 머문 집은 태국 북부의
한 건축가가 가족과 살기 위해 직접 지은 집이예요.
가족이 오래 가지고 있던 논 위에 집을 크게 채우는 대신,
2.5라이의 땅 절반 이상을 숲과 자연으로 남겨두었다고 해요.
더 흥미로운 건 집을 짓기 전의 이야기입니다.
건축가는 땅 곳곳에 텐트를 치고 직접 잠을 자며
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오는지, 산은 어느 자리에서 가장 잘 보이는지,
하루를 보내기 편안한 곳은 어디인지 먼저 살펴보았다고 해요.
집을 먼저 그리고 땅을 맞춘 것이 아니라, 땅에서 살아본 뒤 집을 그린 셈이예요.
실내는 약 60㎡로 아담하지만
실제로 머물러보면 별로 작게 느껴지지 않아요.
높은 천장과 넓은 데크, 바깥으로 열린 공간 덕분인 듯 합니다.
1.2m가량 길게 뺀 처마는 햇빛과 비를 막아주고,
땅에서 띄운 구조는 습기를 피하면서 바람이 지나갈 길을 만들어요.
가족이 간직해온 60년 넘은 티크 목재와
이 지역의 대나무도 다시 집의 일부가 되었어요.
엄마와 며칠을 지내며 생각했습니다.
좋은 집도 좋은 여행도 무언가를
빽빽하게 채워야 완성되는 건 아니라고.
그대로 남겨둔 숲, 가만히 바라본 산, 데크에 앉아 과일을
나눠 먹던 시간처럼 비워둔 자리가 오히려 오래 기억된다고.
그리고 엄마가 찍어준 조금 기울고,
조금 잘리고, 어딘가 엉뚱한 사진들까지도.
잘 찍은 사진은 아닐지 몰라도
엄마가 여행 내내 바라본 제가 그 안에 있네요.



Cotton 62%, Tencel 35%, Span 3% Slightly stretchy / Not see-through / Normal thickness / No gloss Soft to the touch / Normal weight / Unlined / Relaxed fit M(55) : Total length 95 Waist 36 Hips 47.5 Crotch 27 Thigh 30.5 Hem 21 L(66) : Total length 96 Waist 38 Hips 49.5 Crotch 28 Thigh 31.5 Hem 22 XL(77): Total Length 97 Waist 40 Hips 51.5 Crotch 29 Thigh 32.5 Hem 23 Model is 168cm tall and wearing Size M (55-66)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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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은 이렇게 입었어요





엄마와 여행을 오면 사진이 조금 이상해집니다
수평이 살짝 기울고,
산보다 내 다리가 더 크게 나오고,
거기 서봐 해서 섰는데 정작 얼굴은 잘려 있어요.
한바탕 웃고 나면 뭐 나름 이 사진들도
자연스럽고 좋아 보입니다.
이번에 엄마와 머문 집은 태국 북부의
한 건축가가 가족과 살기 위해 직접 지은 집이예요.
가족이 오래 가지고 있던 논 위에 집을 크게 채우는 대신,
2.5라이의 땅 절반 이상을 숲과 자연으로 남겨두었다고 해요.
더 흥미로운 건 집을 짓기 전의 이야기입니다.
건축가는 땅 곳곳에 텐트를 치고 직접 잠을 자며
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오는지, 산은 어느 자리에서 가장 잘 보이는지,
하루를 보내기 편안한 곳은 어디인지 먼저 살펴보았다고 해요.
집을 먼저 그리고 땅을 맞춘 것이 아니라, 땅에서 살아본 뒤 집을 그린 셈이예요.
실내는 약 60㎡로 아담하지만
실제로 머물러보면 별로 작게 느껴지지 않아요.
높은 천장과 넓은 데크, 바깥으로 열린 공간 덕분인 듯 합니다.
1.2m가량 길게 뺀 처마는 햇빛과 비를 막아주고,
땅에서 띄운 구조는 습기를 피하면서 바람이 지나갈 길을 만들어요.
가족이 간직해온 60년 넘은 티크 목재와
이 지역의 대나무도 다시 집의 일부가 되었어요.
엄마와 며칠을 지내며 생각했습니다.
좋은 집도 좋은 여행도 무언가를
빽빽하게 채워야 완성되는 건 아니라고.
그대로 남겨둔 숲, 가만히 바라본 산, 데크에 앉아 과일을
나눠 먹던 시간처럼 비워둔 자리가 오히려 오래 기억된다고.
그리고 엄마가 찍어준 조금 기울고,
조금 잘리고, 어딘가 엉뚱한 사진들까지도.
잘 찍은 사진은 아닐지 몰라도
엄마가 여행 내내 바라본 제가 그 안에 있네요.


